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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무의식의 요소
- 페르소나(persona): 고대 그리스 시대의 연극에서 배우들이 쓰는 가면(mask)을 의미한다. 페르소나는 의식 수준에서 주된 역할을 하는 자아가 외부세계인 세상과 관계를 맺고 적응하는 데 필요한 행동양식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모든 사람이 가면을 쓰고 산다."라는 말을 한다. 페르소나는 사회의 인습과 전통의 요구 혹은 자신의 원형의 요구에 부응하여 채택한 공적 얼굴이다. 즉, 사회적인 상황에서 자신의 실제 내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남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겉으로 내보이는 공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집안 청소를 하지 않아 집은 극도로 지저분하면서도 외모는 잘 꾸미고 외출을 한다든지, 연애를 할 때 여자가 연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혼자 있을 때는 없어서 못 먹는 좋아하는 음식을 남기는 행동 등이 이에 해당한다. 융이 "페르소나는 가상이다."라고 한 것처럼 페르소나는 진정한 자신의 참모습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페르소나의 이중적 속성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인류의 조상들 대부분이 가면을 쓰고 살아서 그 후손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가면을 쓰고 살아가려는 체르소나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페르소나는 자아로 하여금 외부세계와의 관계를 원활하게 맺도록 하여 사회의 적응을 잘하도록 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 상황에서 남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어느 정도의 페르소나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잠옷이 가장 편하다고 하여 교수가 잠옷 차림으로 강의를 하면 학생들이 강의에 집중하기 어렵다. 교수는 학생들을 의식하여 옷차림에 어느 정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이러한 페르소나의 속성이 있기 때문에 사회의 질서가 유지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필자는 대학시절에 자취 생활을 했는데, 혼자서 식사를 할 때는 설거지가 귀찮아서 전기밥솥이나 찬합을 밥상에 올려놓고 밥을 먹곤 했다. 하지만 지인들을 집에 초대하여 함께 식사를 할 경우, 특히 그중에 마음속으로 좋아하는 여자라도 있을 때는 가장 예쁜 밥그릇과 접시를 꺼내 밥상을 차렸다. 이렇게 적절히 사용하는 페르소나는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반면에 페르소나에 너무 치중하여 살아간다면 다중인격과 같은 심리적인 장애를 보일 수 있다. 실제의 자신과 남에게 보여 주는 공적인 자신이 너무 달라서 두 가지 모습을 구분하지 못할 때 다중인격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페르소나의 이중적 속성을 가지고 있는 자아는 외부세계와 내적인 정신세계를 조화롭게 유지하는 기능을 잘 수행해야 한다.
- 아니마(anima)와 아니무스(animus):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양성적인 특성을 의미한다. 융은 인간이 태어날 때 남성과 여성의 두 가지 성향을 같이 가지고 태어난다고 주장하며, 남성이 가지고 있는 여성성을 '아니마', 여성이 가지고 있는 남성성을 '아니무스'라고 하였다. 인간이 양성성을 가지는 이유는 인류의 조상의 절반은 남자이고 절반은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로 태어났어도 조상의 절반인 여성의 특성인 아니마를 가지고 태어나며, 여자로 태어났어도 조상의 절반인 남성의 특성인 아니무스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남성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특성은 '이성(logos)'이고, 여성의 대표적인 특성은 '감성(eros)'이다.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는 관점에서 보면,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 남자는 자신의 내부에 잠재해 있는 여성성인 감성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여자는 자신의 내부에 잠재해 잇는 남성성인 이성을 개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즉, 남자는 자신 안에 내재되어 있는 아니마가, 그리고 여자는 자신 안의 아니무스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최상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아니마와 아니무스에 대한 개념은 인간의 생리적인 발달의 측면에 비추어 볼 때도 일맥상통한다. 인간은 발달단계에서 중년기를 지나면서 남성 호르몬과 여성 호르몬의 변화에 따라 본래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인 성의 특성이 약해지고, 자신과 반대되는 성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가령 여성은 나이가 들면서 남성화가 되어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외부 활동이 증가하여 집 밖으로 나가게 되는 반면에, 남성은 여성화가 되어 잔소리가 많아지고 집 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아니마와 아니무스는 성이 다른 남녀가 한 가정을 이루거나 혹은 같은 직장과 공동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갈 때, 서로를 이해하고 조화롭게 지내는 데 도움이 되어 긍정적으로 가능한다. 하지만 아니마가 지나치게 강한 남자는 태어날 때의 성 과는 다른 여성적 특성으로 인하여 자신의 성 정체성을 여성으로 바꾸어 생활할 수도 있다. 아니무스가 강한 여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본인의 생물학적 성 정체성을 거부할 수도 있다. 융은 인간이 내적 세계와 관계를 맺고 적응하면서 형성되는 것을 '마음(seele)', 즉 내적 인격이라고 하였다. 내적 인격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속성이 아니마와 아니무스로서, 이것들은 자아로 하여금 무의식에 눈을 돌리게 하는 자아와 무의식의 중요한 교량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 그림자: 진화론을 믿었던 융은 인간의 조상은 동물이기 때문에 동물로부터 진화하면서 지녀 온 동물적 본능인 잔인하고 파괴적이며 비도덕적이고 어둡고 사악한 특성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보았다. 그는 이러한 특성을 그림자(shadow)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들의 심리나 운전 중에 사고가 난 장면을 목격하기 위해 하차하는 운전자의 심리에는 이러한 그림자의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림자는 개인무의식 수준에서는 의식의 뒷면인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는 심리적 내용으로, 의식될 기회를 잃어버려 미분화된 상태로 남아 있는 원시적인 심리적 특징이다. 그림자란 의식 속에 있는 자아의 반쪽이 무의식 속에 가려져 있는 부분이다. 심리학적인 의미에서는 '나'에 해당하는 것으로, 자아의 어두운 면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은 바로 그림자를 일컫는다. 인간 세상에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고 있으며 선한 것을 추구하는 이면에 악한 것에 대한 충동도 함께 일어난다는 것이다. 인간의 무의식 속에는 나 자신도 알지 못하는 또 하나의 내가 있어서 자신이 원하지 않은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위선자나 혹은 이중인격자라는 말은 바로 자기 마음속의 그림자를 의식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 낮에는 점잖은 의사이나 밤에는 포악한 괴물로 변하는 로버트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Dr. Jekell and Mr.Hyde)⌟는 의식적인 인격과 무의식적인 인격의 이중성을 표현하는 좋은 예다. 여기에서 하이드는 의사 지킬의 그림자라고 볼 수 있다. 그림자가 처음 의식될 때에는 미숙하고 열등하며 부도덕한 느낌을 주어 자아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꺼려진다. 하지만 무의식 속에 있는 그림자가 의식화되면 창조적이고 긍정적인 역할을 하며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천재 화가인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자를 정도로 잔인한 그림자의 특성이 있었지만 이러한 그림자가 에너지와 열정과 창조력으로 승화되어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림자는 개인적 성격을 떠나 집단을 이루면 집단적 그림자를 형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리수도와 사탄, 천사와 악마, 콩쥐와 팥쥐, 흥부와 놀부 등이 이에 해당한다.
- 자기: 융은 '자기'를 출생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원형의 하나로 보았으며, 자기(self)는 성격의 중심이라고 하였다. 즉, 자기란 의식과 무의식을 포함한 정신 전체의 중심으로서, 성격의 상반된 측면을 통합하여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조정자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자기랑 그 사람 자체, 그 사람 본연의 모습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 사람의 개성(individuality)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균형을 이루고자 하는 본능이 생득적으로 주어졌기 때문에 균형을 이루려고 한다. 즉,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있는 타고난 자기는 잠재력을 추구하는 힘이 있으며, 의식 수준의 자아가 원하든지 혹은 원하지 않든지 그 자체의 목적을 위하여 의식에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체가 되고자 하는 경향은 분열이 아니라 조화이기 때문에 의식 속의 자아가 무의식 속의 자기와 멀어지면 무의식 속의 자기는 자아와 관계를 이으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자기가 상징(symbol)으로 나타난 것 중의 하나가 '만다라(mandala)'다. 만다라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로 '원륜(圓輪)' 또는 '신비한 원'이라고 하며, 원과 사각이 좌우대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불교의 승려들이 수도할 때 도구로 사용하였던 그림이다. 융은 만다라에 대해서 알기 이전에 내담자들의 꿈에 나타나는 원의 형상이 마음에 균형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융이 어릴 때 아무것도 모르고 그렸던 원그림이 후에 만다라 형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융은 인도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한 동굴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동굴의 벽에 만다라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벽에 그려진 만다라 그림을 융이 꿈속에서 보았다는 것이다. 융이 경험한 만다라가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원형인 자기의 한 예로서 모든 인간에게 존재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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