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로저스 인간중심이론과 출현배경

인간중심이론과 출현배경

1940년 초에 칼 로저스(Carl Ransom Rogers, 1902~1987)는 인간중심이론을 창시하였다. 로저스는 초기에는 자신의 이론을 비지시적 상담이라고 명명하였으나, 1951년에는 내담자 중심으로 바꿨다가, 1974년에는 인간중심이라고 불렀다. 이와 같이 이론 명칭이 바뀐 것은 로저스의 독특한 인간관에 기초한다. 그는 인간의 무한한 잠재 능력과 가능성을 믿었으며, 인간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보았다. 그는 치료자들이 내담자에 대한 믿음에 기초하여 치료할 것을 강조하여 자신의 이론을 내담자 중심이라고 하였으며, 후에 자신의 이론이 치료 장면에서뿐만 아니라 인간 전반에 대한 이해로 확대하여 적용 되기를 바랐기 때문에 인간중심이라고 하였다. 인간에 대한 믿음은 어떤 이론을 선호하더라도 치료자가 가져야 할 기본 자세다. 따라서 이 이론은 단순히 여러 이론 중의 하나가 아니라 치료자가 지녀야 할 기본적인 철학과 태도를 제공하고 있다. 20여 년 넘게 성격심리학을 가르치고 상담을 해 온 필자도 가장 선호하는 이론을 한 가지 꼽으라고 하면 인간중심 이론이다. 가장 많은 치료자들이 인간중심이론의 틀에 입각하여 치료를 하고 있다. 로저스는 각 개인이 지각하는 현실인 '주관적 현실'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한 개인의 현상적 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경험을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으며, 그저 추론을 통하여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로저스는 각 개인의 행동은 그 사람의 주관적인 현실 속에서 이해할 때에야 비로소 설명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와 같이 인간의 주관성을 중시하였기 때문에 그의 이론은 대표적인 현상학적 이론으로 손꼽히고 있다. 로저스는 오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며, 목적 지향적이며,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미래 지향적 존재라고 보았다. 따라서 이러한 선천적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만 적절 히 갖추어진다면, 인간에게 무한한 성장과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본주의이론의 기본적인 가정은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이다. 이는 각 개인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에 평가보다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로저스의 인간중심이론은 인본주의적 관점을 심리학의 제3세력으로 자리매김하는데 기여 한 바가 크다. 로저스의 인간중심이론이 출범하던 시기는 유럽에서 시작되어 미국에서 주류를 이루 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과 심리학을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행동주의 두 이론이 심리학계의 주류를 이룬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로저스의 인간중심이론은 인간이 성 본능의 지배를 받는다고 보는 정신분석적 입장과 인간을 자극에 대해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존재로 보는 행동주의적 입장에 대한 반작용으로 출현하였다. 현상학적 관점에 바탕을 둔 로저스의 이론은 인간의 주관성을 중시하였는데, 이러한 주관성으로 인해 인간은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존엄성을 가진 긍정적인 존재라고 본 것이다. 한편 로저스가 활동하던 시기는 전 세계가 세계대전을 두 번이나 겪는 혼란을 경험한 직후였다. 인간의 생명보다 국가 간의 이념과 권력이 우선시되어 일어났던 전쟁은 수많은 사람의 죽음과 세계 여러 나라가 황폐해지는 상황을 초래하였다. 이러한 상황 으로 인하여 인간성 상실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진정한 인간의 본질에 대하여 생각하는 사상이 확산되었다. 인간 그 자체를 중요시하는 로저스 이론의 출현은 이러한 시대 상황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