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질
올포트는 특질(traits)을 '다양한 종류의 자극에 대하여 같거나 유사한 방식으로 반응하는 경향성'이라고 정의 내렸다. 그는 특질을 성격의 기본적인 구성요소로 보았다. 즉, 특질은 한 개인을 다른 사람과 구별 지을 수 있는 기본 단위로서 그 개인의 성격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특질을 다른 개념과 비교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먼저 습관과 비교해 보 자. 습관은 특정한 상황에 국한되는 비교적 제한된 성향이다. 예를 들면, 외출했다 집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손을 씻는 사람은 이와 같은 행동이 하나의 습관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을 특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만약에 그 사람이 다른 상 황에서도 늘 청결함을 유지하려는 습관적인 행동을 보인다면, 그 사람은 청결한 특질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감각 추구'라는 특질을 지닌 한 남자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특질이 따라 자동차, 영화, 마약, 스포츠, 이성 친구 등 다양한 자극은 남자에게 감각 추구 동 기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는 자동차에 올라타면 스피드를 내어 달리고, 영화를 고를 때면 공포영화를 선택하고, 마약에 접할 기회가 생기면 피하지 않고 시험해 보고, 스포 츠 중에서도 암벽 등반이나 공중점프와 같은 위험한 스포츠를 즐기고, 이성친구 와는 친밀감을 쌓기보다 성적 탐닉을 추구할 것이다. 이와 같은 예는 특질을 통하 여 다양한 자극이 기능적으로 동등하게 되어 감각 추구라는 동기를 유발하고, 특질의 결과로 다양한 행동반응을 일으킨다 는 것을 보여 준다. 본질적으로 특질은 다양한 자극과 반응을 이론적으로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올포트의 이론은 특질이론으로 불리는데, 그의 이론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형과 특질의 개념이 지니는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을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일찍이 고대부터 있어 왔다. 고대의 철학자들은 인간을 관대한 인간이나 인색한 인간 등의 품성으로 범주화하기도 하고, 체액에 따라 다혈질, 우울질, 담즙질, 점액질 등으로 구분하기도 하였다. 융(1933)은 내향성과 외향성, 감각과 직관 그리고 사고와 감정 등의 유형으로 구분하여 인간의 성격을 설명하였으며, 셀돈(1940)은 인간의 체격을 구분하여 성격 유형을 제시하였다. 유형론적인 관점에서 인간을 구분하는 것과 개인의 특질로 인간을 설명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특질의 특성
- 실제적이다. 특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개인의 내부에 존재하고 있다.
- 특질은 습관보다 더 넓은 의미를 가진다. 습관은 단편적인 행동이 특정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특질은 일관성 있는 행동이 대부분의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 특질은 행동을 결정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환경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특질은 어떠한 자극에 따라 나타나는 기계적인 반응으로서의 행동이 아니다. 특질은 한 개인의 행동을 유발하는 동기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주어진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기도 한다.
- 특질은 서로 관련되고 중복될 수 있다. 한 개인에게 나타나는 여러 특질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를 들면, 공격성과 적대감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지만 서로 관련이 있는 특질들이다.
- 특질은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특질의 세 가지 유형 중에서 개인적 성향의 관심 특질은 상황에 따라 변한다. 예를 들면, 한 남자가 회사에서 사장일 때는 부지런하고 책임감 있지만, 집에서 아빠일 때는 게으르고 느긋할 수 있다.
- 특질은 경험적으로 증명될 수 있다. 특질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행동이나 말로 관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깔끔한 특질을 가진 사람은 매사에 주위를 깨끗하게 하려는 행동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질의 유형
올포트는 처음에 특질을 두 가지 유형, 즉 특정 문화와 환경에 속해 있는 대부분의 사 람들이 일반적으로 나타내는 '공통 특질(common traits)' 과 개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 한 '개인 특질(individual traits)'로 구분하였다. 공통 특질은 사회적 규범과 가치가 변함 에 따라 변할 수 있으며, 집단이 공유하기 때문에 척도를 사용해서 서로 비교할 수 있다 는 특징이 있다. 공통 특질은 같은 문화권의 구성원은 사회적 영향과 진화의 영향을 비 슷하게 받는다는 것을 가정한다. 개인 특질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서로 비교할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그는 후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질은 '특질(traits)로, 개인 특질 은 '개인적 성향(personal dispositions)으로 바꾸어 명명하였다. 개인적 성향에는 주 특질(Cardinal traits), 중심 특질(central traits), 이차적 성향(secondary dispositions) 등의 세 가지 유형이 있다.
- 주 특질: 기본 특질이라고도 불리며, 개인이 가진 특 질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된다. 그러므로 개인의 생활 전반 에 걸친 행동과 사고에 강력하게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주 특질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이런 사람 은 다른 사람들에게 매우 독특한 성격을 가진 사람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카사노바는 성적 탐닉, 스크루지는 인색함, 히틀러는 권력욕, 테레사 수녀는 인간애 등의 주 특질을 가지고 있다.
- 중심 특질: 주 특질보다는 개인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만, 모든 행동에 일관성 있게 나타난다. 중심 특질은 누군가를 생각했을 때 그 사람의 것으로 떠오르는 특질을 의미하며, 보통 5가지에서 10가지 정도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시간 약속을 잘 지킨다든지 사교성이 많다든지, 책임감이 있다든지 등의 특질을 한다. 이러한 중심 특질은 대다수의 사람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질이기도 하다
- 이차적 성향: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중심 특질보다는 영향력이 적으며, 일관적이지 않게 나타난다. 즉,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행동 특성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어떤 남편은 밖에서는 깔끔하고 부지런한 인상을 풍기지만, 집안에서는 할 일이 있어도 게으름을 피우고 쉬는 날에는 씻지도 않을 수 있다. 남들 앞에서는 잘 드러내지 않지만 가깝고 친한 사람만 알아챌 수 있는 성향이 이에 해당한다.
자율성
올포트의 성격이론에서 주요한 개념 중 하나로 기능적 자율성(functional autonomy)' 이 있다. 기능적 자율성은 성숙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성인의 동기는 본래 그러한 동기가 나타났던 과거 경험과 기능적으로 관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현재의 동기 애초에 가졌던 동기는 무관하게 자율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과거는 과거일 뿐 인간은 과거와는 관련이 없는 새로운 현재의 동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어떤 행동이 처음에는 어떤 이유가 있어서 일어났다 하더라도 나중에는 행동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있으며, 행동을 일으켰던 최초의 이유가 사라져도 그 행동은 계속될 수 있다고 하였다. 예를 들면, 한 아동이 처음에는 부모의 칭찬을 듣기 위해 책을 읽었지만, 나중에는 독서가 좋아서 책을 읽게 되는 경우다.
기능적 자율성에 대한 또 다른 예를 들면, 현재 수의사가 되기를 하는 젊은 여자가 있다고 하자. 어린 시절 그녀는 개구리를 해부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으며, 개구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았다. 결국은 현재 수의학 관련 강좌를 수강하고 있다. 여기서 그녀가 가진 처음의 동기인 개구리 해부에 대한 관심과 지금 현재 가지고 있는 동기인 수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 욕구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물론 동기는 유지되지만 처음 가진 동기와 전혀 다른 동기가 현재의 행동에 나타난다. 이것이 기능적 자율성의 본질이다. 이러한 기능적 자율성의 이해를 돕기 위해 또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장차 국가대표 축구팀의 트레이너를 꿈꾸며, 현재 야구 구단에서 인턴 트레이너 생활을 하 고 있는 한 청년이 있다고 하자. 그는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공부보다 축구가 좋아서 학교를 갈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다. 그 당시 그의 꿈은 유명한 축구선수였다. 하지만 개인 사정으로 인해 축구를 할 수 없게 되자 대학에서 물리치료를 전공하고, 축구팀의 트레이너로 꿈을 바꾼다. 이 청년을 기능적 자율성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그가 초등학교 시절 축구선수 가 되고자 했던 동기와 청년이 되어서 축구 트레이너가 되고자 하는 동기는 근본적으로 다르 다고 볼 수 있다. 즉, 그는 과거의 동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동기를 갖게 된 것이다.
올포트는 기능적 자율성을 '지속적 기능 자율성'과 '고유자아 기능 자율성'의 두 가지 수준으로 구분하여 설명하였다.
- 지속적 기능 자율성(perseverative functional autonomy): '인내적 기능 자율성' 이라고도 하며, 조직체의 유지를 돕는 기능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신경학적 원리로 통제되는 신경 계통 속에서의 반사적 기제 또는 피드백(feedback) 기제를 말한다. 지속적 기능 자율성은 가장 기초적이고 습관적인 행동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면, 유아의 종알거림이나 매일 같은 시간에 식사하는 것으로, 생리적이거나 신체적인 활동이 이에 해당한다.
- 고유자아 기능 자율성(propriate functional autonomy): '자아적 기능 자율성'이라고 도 하며, 각 개인이 획득한 흥미, 가치, 태도, 의도 등을 말한다. 즉, 성인의 성격을 통합하는 본질이 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성인이 가진 동기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며 중요한 개념이다. 각 개인의 고유 자아는 독특하며, 이는 그 개인의 동기를 결정한다. 그리고 한 개인이 자아상을 추구하고 삶의 양식을 풍요롭게 하는 데 기여한다. 고유 자아 기능 자율성은 세 가지 원리로 이루어진다. 첫째, 자신의 에너지 수준을 조직화하는 원리인데, 이는 새로운 동기가 획득되는 것 을 설명하는 것이다. 즉,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에너지 수준이 생존 욕구나 즉각적인 적응을 위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보다 많은 수준일 때 고유자아 자율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둘째, 경험의 숙달과 능력의 원리인데, 이는 인간이 동기를 만족시키려고 선택하는 높은 수준을 의미한다. 즉, 성숙한 성인은 새로운 기술을 숙달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며, 자신의 능력 수준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동기를 갖는다는 것이다. 셋째, 자아 통합의 원리인데, 이는 성격의 일관성과 통합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자신의 자화상을 향상시키는 것은 유지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버리면서 자기에 대한 지각 및 인지 과정을 조직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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